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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통학버스서 8시간 어린이 방치 ‘의식불명’

작성일 : 2016-08-02 12:58
작성자 : 허광욱 (ednews2000@hanmail.net)

 

 

유치원 통학버스서 8시간 어린이 방치 ‘의식불명’

7학급 인가받고 9학급 운영, 무단 증설 운영 ‘논란’도 일어

학급수 놓고 내부 혼선 등 관리행정에 ‘난맥상’ 연출 비난 사

 

광산구 월계동에 소재한 S유치원 통학버스를 탔던 4살 어린이가 최근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8시간 가량 혼자 버스에 갇혀 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가운데 광주시교육청이 행정 조치 등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 유치원은  당국의 인가도 받지 않고 학급을 무단 증설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감시 감독해야 할 교육 당국은 학급수를 놓고 내부 혼선도 빚어지고 있어 유치원 관리행정에 난맥상이 연출되고 있어 비난도 사고 있다.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4시 42분쯤 광산구 월계동 모 유치원 인근 아파트 대로변에 주차된 25인승 유치원 통학 버스 안에서 김모(4)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운전기사 임모(51)씨가 발견했다.

경찰은 어린이집 인솔교사 정모 씨(28·여)와 버스기사 임씨, 원장 박모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돌봄교실'에 참가했던 김군은 유치원과 차량으로 2분 남짓 거리인 동네에 살아 가장 마지막에 버스에 탑승했지만 인솔교사와 운전기사는 다른 원생 8명만 하차시킨 뒤 남겨진 김군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군이 버스에 갇혀 있을 당시 광주는 낮 최고기온이 35.8도까지 치솟으면서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김군이 버스에 혼자 남겨진 약 8시간 뒤쯤 버스로 돌아온 임씨는 그제야 쓰러져 있던 김군을 발견했다. 폭염속에 방치된 탓에 체온이 42도에 달하며 열사병 증세를 보인 김군은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김군의 어머니는 A씨는 “유치원과 차로 2분 거리라 늘 마지막에 통학버스에 탔다”며 “그 사이 아이가 잠들었을 리도 없을 텐데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는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유치원이 당국의 인가도 받지 않고 학급을 무단 증설 운영해온 것으로 논란도 일고 있다.

사고가 난 유치원은 지난 1997년 12월 7학급 210명 정원으로 유치원 인가를 받았다. 개원 당시 배정된 학급 역시 7학급이었고, 학생수는 163명 교원은 10명에 달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이 유치원에서는 9개 학급에 181명의 원아가 교육과정을 밟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만3세 4학급, 만4세 3학급, 만5세 2학급 등이다.

인가 당시보다 만3세반이 2학급 초과 운영되고 있었다.

인가 당시 학급당 원아정원은 30명이었으나 이후 교육의 질 향상 차원에서 원아수가 줄면서 현재는 만3세 18명 이내, 만4세 22명 이내, 만5세 25명 이내로 축소됐다.

이에 유치원 측은 정원 초과를 막기 위해 학급을 증설했으나 관할청에 인가는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시 교육청은 학급이 무단 증설된 사실을 사고 이후에야 인지했고, 관할 서부교육지원청은 공시자료를 토대로 '7학급 180여명'으로만 알고 있어 교육청 내부에서도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급이 증설될 경우 여유교실 부족 등으로 교육 여건이 악화될 수 있어 현행법상 당국의 사전인가를 받도록 돼 있지만 이같은 제도적 장치는 현장에서 철저히 무시됐다. 통학버스 안전매뉴얼이 무용지물된 데 이어 무단 증설 사실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교육 당국이 유치원 지도행정과 원아 안전관리에 허점도 드러냈다.

한편, 경찰은 인솔교사 정모씨와 버스기사 임모씨, 원장 박모씨, 주임교사 이모씨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조사가 모두 끝나는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