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칼럼

학교에서는 교육적 ‘넛지’(Nudge)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작성일 : 2019-05-23 10:33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황윤한광주교육대교수

 

최근 학교 폭력이나 학생인권 등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 교실의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기 힘들게 된 점이다. 학교에서 학생들 싸움이 일어날 때에도 이를 지도하는 교사의 예측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이 교사들로 하여금 헤어 나오기가 매우 힘든 지경에 처하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회적인 변화가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물리적인 방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교실 수업에서 기초⋅기본학력이 현저히 낮은 학생들을 별도로 그룹지도를 했다가, 해당 학생들이 공부 못하는 것이 창피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부모들에게 말하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기를 죽이는 수업 방법이라고 교사와 학교에 항의하는 사례도 있다. 교사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결과가 좋지 않아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 중에서 ‘넛지 이론’(nudge theory)을 적용하여 명령이나 지시 없이 행동을 유도하는 교육적 넛지 전략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넛지 이론은 ‘판단과 의사 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기초한 이론이다. 전망 이론은 사람들이 어떤 위기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ⅰ) 무엇을/어디를 판단 기준점으로 삼느냐에 평가가 달라지고(준거 의존성; 예: 연봉 4,500만 원인 사람과 3,500만 원인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할 것 같은가라고 물으면 4,500만 원 받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하겠지만, 전년도 연봉이 각각 5,000만 원과 3,000만 원이었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판단은 달라질 것임), ⅱ)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과 손실의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감소하며(민감도 체감성; 예: 어떤 제품 가격이 50,000원에서 55,000으로 5,000원 인상된 경우와 500,000원에서 505,000원으로 인상된 경우, 똑 같이 5,000원 인상되었지만 전자가 더 많이 올랐다고 느낌), ⅲ)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더 크게 느껴 고통을 줄이려고 하는 성향(손실 회피성; 전날 얻은 50만 원의 이득에서 느끼는 행복보다 다음날 손해를 본 50만 원에 대한 고통을 더 크게 느껴 손실을 줄이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해서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고, 이득과 손해는 비교/대조하는 자료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이득과 손해 모두 효용이 체감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이론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를 모형화한 것이 전망 이론이다.

전망 이론을 처음으로 경제적 이슈와 문제들에 적용한 경제학자가 Thaler이다. 생산자가 제품의 정보나 선택지를 어떻게 설계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설계만 잘 하면 생산자가 비지시적이고 비강압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을 구매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경하는 선택 전략이 ‘넛지’(nudge)이다. ‘nudge’((특히 팔꿈치로 은근슬쩍) 쿡 찌르다; (…을 특정 방향으로) 살살[조금씩] 밀다[몰고 가다]; (특정한 수준에) 이르다[이르게 하다] )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경제학에서 경제적 주체인 개개인에게 강제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팔꿈치로 은근슬쩍 찌르면서 밀고 나가 특정한 수준에 이르게 하는 식으로 부드럽게 개입 또는 설계를 하거나 개개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변화에 더 효율적이라는 행동경제학 이론이다.

넛지 이론은 개인이나 조직의 변화-관리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이고 효율적이 모형의 하나로 많이 쓰이고 있다. 핀란드를 비롯한 영국,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 서부 국가들은 넛지 연구 및 개발을 위한 전담 부서들을 설치하고 많은 전략들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학교 주변 횡단보도에 온통 노란색으로 칠하여 ‘옐로카펫’이라는 안전지대를 설치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할 때는 이 옐로카펫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운전자들은 조심운전을 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안전한 옐로카펫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초등학생들의 비율이 66.7%에서 91.4%로 늘어났으며, 운전자의 시선 관심집중도도 지역에 따라 34%에서 85%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옐로카펫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율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사회 변화로 인해 많은 행동 장벽들(예: 자기통제의 결여, 주의력과 인지능력 결핍, 혐오, 편향된 편견과 신념, 비정상적인 자아상과 사회상 및 사회적 규범)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연구들에 의하면 행동 장벽들을 제거하는 교육적 넛지로는 범칙 기준의 변경, 정책의 틀 변경, 동료 집단의 조작, 중간 마감 시간(기간) 설정, 목표 설정, 교사⋅학생⋅교사들에게 (약속이나 해야 할 일 등을) 상기시켜 주는 편지[메모], 정보제공(가정 통신, 행동이나 능력에 대한 정보 제공, 제적 학생들에게 학교로 되돌아오도록 정보 제공, 재정적인 지원 정보 제공), 실제적인 도움 제공, 자기통제 문제들을 완화시킬 수 있는 역량 강화, 사회적 비교, 외부적인 동기 유발, 사회적 소속감, 정체성 활성화와 사고방식 넛지 등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로 하여금 보다 좋은 결정을 하여 보다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이미 연구된 교육적 넛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 상황에 맞는 저비용의 교육 넛지들을 많이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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