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칼럼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학교에서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작성일 : 2019-06-27 10:47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마약,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게임중독(Gaming addiction; GA)을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GD)라는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11차 개정』(The 11th Revision of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11) 안을 통과시켰다. ICD-11이 발표되자마자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의견들로 논란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WHO의 권고 결정에 따라 지금부터 국가 차원에서 게임 등급 관리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까지도 접속 제한과 게임규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GD 예방 및 치료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게임 관련 학회⋅협회⋅기관 등을 중심으로 게임 산업 전반이 침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ICD-11 개정안에 GD를 포함시키는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하였다. 더 나아가, 세계 개임산업협회와 단체들은 WHO의 결정에 대해 ‘학회의 동의도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합리적인 게임 이용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다른 가치와 동일하다. 절제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 WHO의 결정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이러한 찬반 갈등은 마치 1940년대 미국에서 TV 시청이 아동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TV 종사자⋅학자⋅학부모⋅정치가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었을 때 나타났던 현상을 보는 듯하다. 당시 가장 주목 받았던 연구는 1949년 미국 CBS 방송국이 후원하여 Rutgers 대학이 수행한 연구였다. 이 연구는 TV 시청이 가정의 화합과 단결을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청자의 수동적 행동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실외 활동이나 사회적 교류 등과 같은 다른 생활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TV 관련 기업들의 후원으로 수행된 연구들이 10여 년 동안 유사한 결론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자들은 TV 시청이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를 증진 시키는지와 학업성취에 영향은 없는지 등에 관한 의문들을 계속 제기했고, 그러던 가운데, TV 시청이 학생들의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의 연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TV 관련 업자들은 학부모의 적절한 참여와 지도 아래 시청 프로그램들을 선택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속 연구들은 TV 시청이 폭력을 조장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증가시키며, 남녀 성별과 인종간의 차별을 더욱 악화시키고, 세계적인 일들과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편파적인 관점들을 갖게 하고 왜곡시킨다는 결론들을 내렸다. 최근에는 성범죄, 알코올⋅담배⋅마약 중독 등에 아동들을 더욱 친숙하게 만든다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드러내는 연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TV 시청에 관한 논쟁처럼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연구자들의 관점에 따라 두 갈래로 나타날 것으로 사료된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간주되어져야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미국정신의학협회(APA)는 정신질환 분류 및 진단 절차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을 개정하고 있다. DSM은 의사들이 정신병을 진단할 때뿐만 아니라 의료 제공자에 의한 지불의 적정성 판단, 더 나아가 학교에서 교육적 요구를 제공할 때 적절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DSM의 내용들은 매우 철저한 연구와 실제를 바탕으로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한 가운데 결정된다. 정서행동장애아교육을 전공하는 예비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각종 정서 및 행동 장애에 대한 정의와 판별 및 교육적 조치 등을 모두 이 매뉴얼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2013년 개정된 제5차 개정판 『DSM-5』에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APA가 DSM을 제공한다면, WHO는 ICD를 제공하고 있다. ICD는 인류의 건강관리와 질병처치를 목적으로 만든 인간의 질병 및 사망 원인에 관한 표준 분류 규정이다. ICD는 1893년 채택된 이후 2018년 제11차 개정판(ICD-11)(시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게임중독을 GD라는 질병으로 분류하여 추가시켰고, 지난달 확정하였다. GD는 불안, 우울, 비만, 수면장애, 스트레스 등 상당수의 정신적인 장애들을 야기 시킨다는 것이다.

DSM-5가 GD를 질병으로 분류했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고, 연구가 시행되었으며, 이미 질병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ICD는 이를 뒷받침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 권위를 가진 기관들이 게임중독을 GD라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처하라고 각국에 호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아니라고 부인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가 처음 질병으로 DSM 목록에 들어설 때, 지금의 GD처럼 논란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ADHD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WHO가 우려하고 있는 것들을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서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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