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칼럼

공평성이 보장된 교육이 필요하다

작성일 : 2019-09-26 10:44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교수

최근 일부 언론들은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최순실의 딸과 조국의 딸을 비교하기도 했다. 한 언론은 이 두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공통점으로 두 사례 모두 부모의 지위와 권력과 부(富)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었고, 차이점으로 하나는 불법적인 대학입학이고 다른 하나는 합법적인 대학입학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불법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에 대해 20대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을 국민들이 당연하게 여겼지만, 합법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한 것도 국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잣대 중의 하나가 정의롭고 공정한 입시 경쟁, 즉 교육 기회의 공평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매번 국가의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검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란들 중의 하나가 후보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불법이나 편법을 활용하여 소위 ‘일류’ 대학에 입학함으로써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빼앗아 갔느냐 하는 것이다. 교육 기회의 공평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부터 논의되어온 핵심 과제들 중의 하나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초래했고, 자본주의는 경쟁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경쟁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win-win’ 하면서 상생을 부르짖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상생은 지향하는 방향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의 공평성은 학생들의 부모가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특성에 따른 차별의 금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르는 힘(권력)의 차이, 부모가 갖고 있는 부와 그 부가 창출하는 특권의 차이 등에서 모든 학생들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들을 검증할 때마다 자녀들의 각종 입시 특혜 의혹을 제시하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특권을 활용하여 다른 학생에게 가야할 기회를 빼앗아 가지는 않았는지를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와 사교육을 소재로 했던 JTBC의 금⋅토 드라마 <SKY 캐슬>이 온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부모가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창출하는 특권이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의 공평성은 부모가 갖는 사회·경제적 지위뿐만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과 그들이 소속된 사회의 특성에 따른 차이 극복과 관련된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인종, 성별, 국적의 차이뿐만 아니라 지적⋅정의적⋅신체적 특성과 지리적·경제적·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른 차이에서 모든 학생들이 자유로워야 한다. 이러한 차이들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Lau vs. Nichols 재판은 영어 능력이 뒤진 학생들을 위해 이중 언어교육을 부과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이민을 온 부모 밑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기회가 적어지고, 그로 인해 영어능력도 일반 학생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하도록 법률로 정함으로써 일반 학생들과 같은 학습 조건을 조성해 준 것이다. 의무교육은 이러한 차이를 메꾸어 주어야 한다. 시력이 좋지 않아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책상 위에 확대경을 설치해주고, 학교 공부가 끝나 귀가하더라도 가정에서 돌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 학습도우미를 채용하며, 알코올/마약 중독 어머니를 가진 자녀가 아침을 굶지 않도록 조식을 제공하고, 가정이 가난하여 학용품을 갖출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학용품을 살 수 있도록 바우처 (voucher)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복지정책들은 들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 특성들이 초래하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코끼리, 원숭이, 토끼, 거북이, 다람쥐, 새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달리기를 시킬 수 없는 것이다.

‘학벌사회’라고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위 일류) 대학 진학이 모든 학부모들의 첨예한 관심사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교육기회의 공평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옛말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교육기회의 공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기회의 공평성은 적용되어야 한다. 어떤 특권층이나 부유층 자녀들만이 선점할 수 있는 입시제도는 즉시 폐기되어야 마땅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차별(discrimination)이 아닌 학생들의 특성에 맞춘 개별화(differentiated)된 조건 하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평성을 보장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들이 끊임없이 연구되고 실행되어져야 한다.

#대학입시 #광주교육대학교 #언론사 #민주주의 #입시 #대학생 #교육자 #대학교 #교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