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칼럼

교육과 대학입시

작성일 : 2019-11-14 10:36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황윤한 교수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돌베어(Amos E. Dolbear)가 19세기 말에 쓴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교육 우화가 있다. 옛날에 창조주가 동물들을 처음 창조할 때, 그들의 특성에 따라 헤엄을 치는 동물, 나무를 기어오르는 동물, 날아다니는 동물, 달려 다니는 동물 등으로 특성 있게 창조하였고, 그 곳에는 이러한 동물들을 교육하는 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의 교육 이론은 가장 우수한 동물들은 한 가지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한 가지 일에 적성과 소질을 명백히 나타내지만 다른 일에는 적성을 명백하게 드러내지 못하면, 교육의 시간과 노력은 전자 대신 후자에 소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이 짧은 다리와 좋은 날개를 가졌다면,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달리기에 집중 교육을 받아야 한다. 수영을 잘하는 오리는 그가 못하는 뒤뚱뒤뚱 걷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말랑 말랑한 발로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교육을 받았고, 잘 날지 못하는 펠리컨은 날기 위해 날개를 계속 흔들어야 하는 교육을 받았다. 독수리는 달리기를 위해 집중 교육을 받았고, 단지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만 날아갈 수 있었다. 다 자란 올챙이들은 헤엄도 잘 치고 뛰기도 잘 하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터무니없는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학교 동물들은 모두 학교에서 규정한 속도로 등반, 수영, 달리기 및 날기를 할 수 있어야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리는 규정된 속도로 달리는 것을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수영을 방해받아 수영조차도 규정된 속도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로 꾸지람과 위협 등 잘못된 처벌을 받아서 그의 삶에 짐이 되었고, 굴욕감을 받은 나머지 학교를 떠났다. 독수리는 나무 꼭대기까지 날아오르지 못했으며, 꼭대기까지 다다르기는 했지만, 원래 규정된 것처럼 날아오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가슴지느러미가 큰 비정상적인 뱀장어는 그가 달리고, 수영하며, 나무를 오르고, 조금 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 때문에 졸업생 대표로 뽑혀 졸업식에서 고별사를 하는 수석 졸업생이 되었다.

돌베어의 교육 우화는 지금도 교육자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특히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교육이나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각종 입시에서 단순히 시험 성적이라는 단일 표준을 사용하는 것에 따른 문제를 지적할 때 그 배경으로 쓰인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생들이 학교로 오는데, 학교에서는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통과시키기 위해 그들의 강점들을 매장시키고 약점들만 붙잡고 늘어지면서 마치 학교교육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전체 역량을 평가하면서 지필평가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것을 비판한다. 대학 수능 점수가 몇 점 더 높다고 해서 어느 대학 어떤 학과에 입학할 자격이 있고, 점수가 몇 점 낮다고 해서 학업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많은 가정(假定)과 편견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이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런데 만약 나무를 기어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한 평생 자신이 바보라고 믿으며 살 것이다”라고 했다. 학생들 개개인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배운 것도 다르며, 경험하고 익힌 것이 다른데, 학교라는 틀로 이끌어 들여 똑같은 내용을 똑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고,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여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에 대한 논의는 기-승-전-대학입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보면 우리 교육의 논의는 대학입시에서 시작하고, 나머지 모든 과정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펼쳐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정시와 수시를 놓고 온 나라가 마치 산고(産苦)를 치르는 것처럼 고통을 겪고 있다. 서로가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기보다는, ‘공정’이라는 이상적이고 실현 가능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온전하게 실현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에 집착하면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교육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입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돌베어의 교육 우화에 나오는 학교가 헤엄치기, 나무 기어오르기, 날기, 달리기 종목에서 가장 우수한 동물들을 뽑아다가 그들의 강점들을 말살시키고, 약점들만 물고 늘어지는 교육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학교들도 돌베어의 학교를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또한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입시제도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물고기를 물고기의 특성으로 평가하지 않고 나무 기어오르는 능력으로 평가함으로써 물고기를 바보로 만드는 것처럼, 우리의 입시제도도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강점과 잠재적 역량으로 평가하지 않아서, 입시가 끝나면 그동안 갈고닦았던 역량들을 모두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고 입시에 낙망한 학생들을 바보들로 만들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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