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사한 어른들

작성일 : 2018-09-20 09:59 수정일 : 2018-09-20 09:59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최 성 광(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 교육학 박사)

 

최근 ‘더 놀이학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달 대통령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과도한 사교육 부담과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저출산위의 ‘더 놀이학교’ 정책은 부모의 보육 상황을 개선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 등에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며 발생한 아이들의 ‘돌봄공백’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에 비해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어린 초등학생들이 하교 후에 홀로 방치되거나 학원 등에 의존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에 사교육비 부담과 아이들의 학업 부담이 커졌지만, 하교 시간이 늦어지면서 아이들의 돌봄공백 문제가 크게 해소되고, 사교육을 구조적으로 축소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교의 본질적 기능과 정책의 실효성을 언급하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성장시키는 교육적 기능을 그 본질로 삼아야 하는데, 갈수록 돌봄의 기능을 강조하는 보육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하기 어렵고 안전사고와 행정업무 및 민원처리 등으로 소진된다고 한다. 또한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근무환경조성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등을 없애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함에도 아이들의 하교 시간 조정만으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찬반 논리가 어떻든 간에 이번 논란은 매우 공허하다.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는 당사자는 아이들인데, 정작 찬반 논리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은 아이들을 키우는 어른들의 입장에서 논리가 전개되면서 그 대상인 아이들은 객체화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서 아이들의 입장은 소외된 채 학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의 입장만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얼마 전 한 교원단체의 대표인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중 한 학생의 응답지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은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무는 것에 ‘싫다’라고 표시했고, 그 이유는 ‘그냥’이라고 썼다. 끝으로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치사하다’라고 적었다. ‘치사하다’는 말은 자신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것에 대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최대한의 표현으로 읽힌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우리 어른들에게 던진 ‘치사하다’는 말은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교육에 종사하는 어른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아이들을 교육의 대상이자 미성숙한 객체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자체로 귀한 존재이며 교육의 주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치사한 어른들이 되지 말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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