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시>

따뜻한 물음

작성일 : 2019-05-23 10:11 수정일 : 2019-05-23 10:11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조기호 시인

 

 

-괜찮니?

어느 겨울 아침,

밥상 위에 막 올라온 청국장을 엎질렀을 때

엄마는 부리나케 달려와 그렇게 물었었다.

뜨건 국물이 바지를 뚫고 허벅지로 파고들었지만

그 순간 나는 괜찮았다.

정말 하나도 안 뜨거웠다.

엄마가 그렇게 묻지 않았더라면

나는 무척 아팠을 것이다.

 

아,

그 눈물 나는 말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

 

하루 해 등에 지고

유리조각 같은 시간들을 마구 밟으며

조랑말처럼 끄덕끄덕 골목을 싸돌았을

착한 말굽들에게

 

힘들고

수치스럽고

서럽고

그리고

자꾸만 덧나

좀체 아물지 않는

세상의 모든 상처들에게,

 

괜찮냐고

오늘도 무척 아팠을 것이라고

부디 아프지 말라고

엄마처럼 그렇게.

--------------------------【시작 메모】 -------------------------

어려운 일을 겪어본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은 때로 따뜻한 한 마디의 위로와 위안의 말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문제의 해결이 되는 어떤 방법만을 우선하여 그 일에 대해 따지고 묻고 질책하기가 십상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대처 방식이기는 하겠지만 막상 그 어려움에 빠져있는 당사자의 마음이란 얼마나 당혹스럽고 참담한 지경이겠는가. 아마 짐작하건데, 그럴 때의 심정이란 문제로부터 야기되어질 어떤 피해와 불이익 보다도 그 당사자가 받을 심적 고통이 짓누르는 아픔이 결국 그를 더욱 좌절하게 할 것임이 분명하다. 홀로 감당하여야 할 두려움, 외로움, 쓸쓸함, 필경 절대 고독(?)의 지경에 이르기 충분할 것이다.

위로와 위안이 큰 힘이 되는 까닭은 그것이 한 마디의 말 일지라도 ‘당신과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당신의 그 어려움(문제)에 함께 걱정을 나누고자 한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살펴준다는 것만큼 고맙고 감사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부족함을 안고 일상을 살아간다. 이러한 때 서로의 부족함과 어려움을 돕고 챙기는 일이란 더불어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상처와 허물을 덮는, 아니 실망스런 오늘의 아픔이 있을지라도 절대 낙망할 일 아니라는 말, 다시 한 번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까닭이 또한 그러하다. -오늘도 괜찮지요? 다 괜찮을 것입니다.

 

 

 

【조기호 약력】

▪ 광주일보(84) 및 조선일보(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 전남시문학상 및 목포예술상 수상

▪ 전남시인협회부회장, 목포시문학회장, 목포문인협회장 역임

▪ 현) 「목포문학상」 운영위원

▪ 현)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동시창작’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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