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수필>‘뒷네’

작성일 : 2019-07-19 16:37 수정일 : 2019-07-19 16:37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김미 수필가

혼사를 할라고 어메가 사주를 보는디 불하고 쇠하고 만나서 허구헌날 소리만 난다고 허드라고. 우리 집으로 선을 보고 왔는디 얼굴은 징그랍게 시컴하고 한피짝에는 겁나게 크고 짚게 숭터까지 있더라고. 한 번 처다보고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불었제. 속 궁합은 좋아서 자손들은 잘 되것다고 해서 그 소리 믿고 어메가 어거지로 결혼을 시킨 것이제.

서방은 시살 때 어메 잃어 불고 놈에 어메 밑에서 불쌍하게 컸제. 이붓어메는 속은 한 없이 존 양반이기는 했제. 식구만 많고 전답은 바늘 꽂을 디도 없었어. 아침이믄 끼니 끊일 것이 없어 9시까지 식구대로 둔넜어. 일찍 거니 식량을 꾸러 갈 수가 없으께 해가 뜰 때까지 지달리는 속이제.

시어메는 재추로 와놓께 시아부지보다 훨석 젊었제. 본 어메가 다섯을 낳고 얻은 어메가 여섯을 나는 것이여. 나하고 같은 해에 둘이나 애기를 낳는 것이제. 집은 좁아 신발을 벗어 놀 토방이 없어서 마루로 올라 갈라믄 여간 옹삭스럴 수가 없었제. 궁댕이 돌아 붙일 수도 없게 생긴 오두막 살이에서 항꾸네 살기가 여간 힘들더라고.

서방은 결혼해서도 일꾼을 살았어. 일 년 만에 군대를 가불더라고. 시어메는 내가 친정에서 살다 왔으믄 해도 어째 친정으로 가기는 죽어도 싫더라고.

맨날 뒷동네 작은 집으로 가불었어. 작은 집은 부자라서 일손을 도우믄 밥은 걱정 없으께. 그때 시상은 너나 나나 다들 그라고 살았으께.

서방이 군대 갔다 와 놈에 쟁기질도 함시로 착실하게 살아 재금을 나서 나도 품을 들고 서방도 일을 해서 모탔제. 동네 접방으로 옮겨 다니믄서 전답도 장만을 하고 살았어.

서방은 돈 모우는 것만 안 사람이었어. 각시나 자석이 중한지도 모르는 인간이었어. 아 그러다가 술을 묵기 시작하더만 하래가 저물도록 술로 사는 것이여.

그때부텀 쌈만 하게 생겼제. 놈에 쟁기질을 가믄 저녁에도 안 들어 와 논으로 가보믄 소하고 쟁기는 논에가 그대로 있고 서방은 없어 주막집으로 가분 것이제. 소 끌어 놓고 쟁기를 지게로 저서 가져 오믄 서방은 아조 길가에 술 취해 잠을 자고 있어. 길바닥에 자고 있는 서방을 니아카에 싣어 와. 사람이 몸을 나불믄 겁나게 무겁더라고. 절대로 쟁기질을 못 다니게 했제. 하나마나 한 일인께. 사람들이 쟁기질 한 나잘 만 해 도라고 사정을 해. 서방은 내 허락을 받으라고 하제. 재끼나 지집질은 안 했제만은 술로 내 속을 어지간이도 썩힌 사람이었제.

술을 묵고 오다가 넘어져서 어깨가 빠져 분 것이여. 본인을 몰라 그냥 어깨만 스쳐도 아퍼서 악을 쓰제. 그때는 병원에도 못가는 시상이라서. 보다 못한 작은 아부지가 걱정이 되았는지 “너 저녁에도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그라‘ 하시더라고. 작은 아부지도 모르는 소리제. 밤이믄 아그들이 넷이나 된께 한 방에서 쪼르란이 눕고 나는 정개쪽 문 서방은 마랫쪽 문 그라고 누워서 자는 판인디.

나는 남자가 하도 궃은 일만 한께 당채 사람 취급을 안 했어. 날만 쇠믄 놈의 일하랴 새끼들 관섭하냐 술보 서방은 안중에도 없제. 그날 밤도 보름이던가 달이 훤이 비치데 잠이 막드는 판에 서방이“어이 하믄서 불렀싸” 저녁네 불러도 대답하고 싶은 맘이 없으께 신청도 안했어. “어깨가 아픈 것은 허구 헌날 아픈 것이라서 참 것는디 가운데 다리가 아픈 것은 뭣이 약이란가?” 그러더라고 이 말에는 나도 모르게 답을 했어.”워메 그것은 짝두가 약이제’ 그라고 말을 하자. 우리 큰 아들이 초등학교나 다녔던가 싶은디 안 자고 들었던가 갚서 “아부지 안티프란민을 발라보소” 허드라고 그 소리에 즈그 아비가 “너는 잠도 안 자고 들었냐” 하더니 “끙” 하믄서 몸을 뒤집 더만.

그 뒤에 생각도 못한 막내딸을 낳는디 이름 지어 볼 세가 없어 모다 ‘뒷네’라고 불렀어.

품앗이로 동네 사람들이 다 모태서 밭을 맬 때 어메들이 밭으로 하나 찰 때여.

당집 아짐이 ”아이 너그 막내는 어쩨서 ‘뒷네’라냐?“그러더라고 ”어따 몰라서 묻소 밤에 만삭된 소 걸음으로 오믄 못 오게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 불었는디도 그날은 ‘뒷네’가 생길라고 그랬던가 뿔란 소 엉덕 비비대끼 뒤로 한 듯 만 듯 해서 생긴 것이라서

‘뒷네’라고 했제.

그때 웃음소리가 들판에 돋아난 풀도 흔들릴 만큼 웃어 제켰제. 그 때 시상에는 그런 소리하믄서 웃고들 산 시상이여. 나 좀 보소 짝두가 뭣인지는 아시까? 무시무시한 칼이어라우 그것에 소여물 썰는 것이여.

 

<약력>

전남 문학상, 게미지고 물큰한 고향이야기공모전 질로 존상

전남 평생교육 문해강사 체험수기 최우수상

한국문인협회무안지부전지부장

전남문인협회 이사

전남수필문학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별명을 지닌 사람들, 엄마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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