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말빚

작성일 : 2019-10-17 10:59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조기호

 

돌이 되어 날아가는 것은

순간이다,

던져진 말

돌아올 수 없는 말

 

탄彈처럼 직격直擊으로 꽂힌 한 마디 속에

본의本意는 파편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형체를 잃은 검은 연기를 뒤집어 쓴 채

홀로 일어설 수 없는 순간마다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절룩거려야 했던

처연한 말들은

마저 그 발목이 잘려나가기도 했었다.

 

아니라고

오해였다고

머리를 처박고 소리를 지르다가 기진한

무참한 말들에 대해

황당한 몇 마디의 기척이 있었을 뿐

포화砲火에 그을린 벽처럼 물끄러미

돌아오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얼마나 고마웠던가.

늘 내 편에 서서 깃발처럼 펄럭이던 아름다운 징표徵標,

당당했고 따뜻했고 넘쳤고

그래서 언제나

사랑이라 믿었던 말

 

그러므로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나를 확인하여야 했던

민망스러운 말들

 

하지만

끝내 온전할 수 없었던 말,

당신의 등을 향해

무더기로 내던졌던 말들 앞에 마주서서

이제

눈을 감고 나도

우격다짐의 그 돌들, 맞기로 하였다.

 

-------------------- 【시작메모】 ----------------------------------

 

- 미래교육신문 창간 20주년을 축하합니다!

언론 창달의 기치와 함께 미래 교육에 대한 일선 교육현장의 올바른 교육풍토 조성을 위한 역할 수행을 다하기 위하여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종일관 20년의 세월을 오로지 교육의 꽃을 키우기 위해 애써온 미래교육신문의 창간 20주년을 축하드린다.

 

삶이 또한 그렇듯 지나온 날들은 우리를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빈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일까? 물론 기억 속에 남은 여러 가지 일들이 연상되기가 십상이지만 나는 문득 나의 말들을 떠올려보기로 하였다. 삶이란 어쩌면 ‘나의 말’들의 연속이었을 터, 그 말들을 더듬어가려다 보니 왠지 내가 했던 말들에 대해 자꾸만 낯이 붉어지는 것이다. 순간순간 떠들어댔던 말, 즐거워했던 말, 슬퍼했던 말, 아파했던 말, 그리고 옳다고 믿었던 말, 자랑스러웠던 말. 그래서 늘 목소리가 컸던 말들……. 마침내 보이지 않는 것들조차 기필코 확인하고자했던 말들, 어쩌면 고스란히 내 중심의 필요로 환유되었을 말들, 그것을 사랑의 말이라 착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건대, 순진무구한 세상(당신)에 상처를 주었을 나의 말들이란 끝내는 우격다짐의 아집이 아니었나 싶어 두루 지나온 날들에 대해 삶에 대해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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