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무싯날에 어머니를 그리며

작성일 : 2020-03-26 09:41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서은철 시인

 

5일마다 열리는 장날

새벽부터 어머니는 장에 갈

준비 바쁘시다

토방 위 댓돌엔

아껴두신 하얀 고무신을

가지런히 놓으셨다

 

옥색 치마에 하얀 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우리 어머니

태양초 말린 고추 닷 근

머리에 이고 장 나들이 가시던 날

허리춤 유리구슬 달강거리며

나도 덩달아 장마실 따라나선다

 

꿈여울 장터 개울가,대장간엔

쇠망치 두드리는 소리

허물어진 작은 숯가마엔

잉걸불이 타오르고

어머니는 맨 먼저 사래밭

마당가 따비밭매러 호미 두 자루 주문하신다

 

질서도 없는 혼잡의 장터

대장간 옆 어리전엔

어리에 갇혀있는 닭과 오리들 틈에

토끼 한 쌍이 몹시도 귀여운데

어머니는

온새미로 닭 한 마리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터로 가는 황톳길 신작로 길에

시게전이 이른 아침 펼쳐지면

장이서고

시겟장수의 목청이 멀어지고

신기료장수가 짐을 챙기면

그때서야 장이 파한다

 

 

 

 

 

행여 길 잃을라 치맛자락을

꼭 잡고 따라다니던 나에게

어머니는 내 주먹보다 커다란

알사탕을 쥐어주셨지..

 

오늘은 무싯날

어머니 그리워 추억을 찾아왔건만

KTX 기찻길이 장터를 지나고

꿈여울 장터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영 너머에 아득히 새소리 정겨운데

이곳 저곳 추억이 아련하다

 

장터에서 시오리 길

허전한 마음으로 고향마을 찾으니

송홧가루 봄바람에 들판을 달려 나가던

지난해 4월 어느 날

상수上壽도 지난 101세에

봄꽃 향기처럼 먼저

먼 길을 외로이 떠나신 어머니

 

알고도 모르는 체, 옳고도 지는 것

가르침 주시던 어머니..

진달래 꽃잎처럼 고운

어머니 그립다

 

봄꽃 향기 가득 머금고

마당가 대명매大明梅 마들가리에

꽃망울이 피어나면 좋겠다.

 

 

 

*무싯날 : 5일장이 서지 않는 날

*온 새미 : 가르거나 쪼개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상태

*상수上壽 : 나이 100세를 말함

*신기료장수 : 헌 신발을 깁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미래교육신문 #시인 #서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