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12월의 기도

작성일 : 2020-12-17 10:26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조기호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다져놓은 생각들이 순간순간 무너지곤 하였습니다.

믿고 따르기로 한 ‘긍정’이란 것이

돌연 답답함으로 가슴을 짓누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지 않아야 하는데, 이래선 안 되는데…….

 

눈을 뜨면 간밤의 속울음들이

아침마다 베갯머리를 헝클어 놓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그 답답함, 누르거나 다스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긍정이란 희망도 믿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순정純情하고 솔직한 부정否定 안에서

그 마음 아프도록 내버려두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끊임없이 달아오르는 열망熱望 아래 못처럼 박혀서

바보같이 옴짝달싹도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는

전율戰慄과 방황彷徨의 혹독한 시간들 앞에 섭니다,

 

모든 인연이란 기적奇蹟에 다름 아니라는 격려와

거기 있다는 것은

늘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모호한 꿈과

세상의 모든 상처는

아픔으로 꿰메야 한다는 안타까운 위로와

주어진 슬픔들이란 주어진 선물이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그러나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조언들을 떠올려봅니다.

 

돌아보면,

가난과 곤경과 궁핍과

모든 아쉬움이란 마음의 높낮이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서로 등을 대고 어깨를 맞추지 못한 내 탓이었습니다.

끝없이 살아갈 것으로만 골몰했던 내 삶의 옹졸함이었습니다.

도대체 나는 왜 알지 못하고 살아왔을까요.

하루하루 일상의 매 순간 순간이

내게 유일하게 주어진 죽음의 때라는 것을,

아니 지금이

우리가 죽도록 사랑해야 할 때라는 것을 말입니다.

 

감사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과분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아픈 길,

서럽게 다독이며 걸어왔으나

이제 홀로 떠나보내야 하는 나의 모든 시간들에 대하여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때늦은 후회처럼 감히 두 손을 모을 따름입니다.

 

                          -------------------- 【시작메모】 -------------------------

한 해가 저뭅니다. 따듯한 무엇이 그리워집니다. 괜한 서러움과 까닭 없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내려앉습니다, 파노라마처럼 지난날들이 스쳐갑니다. 즐겁고 기뻤던, 그리고 아프고 슬펐던, 그러나 돌이켜보면 모두가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으므로 다 고마운 일들이었습니다. 긍정의 한해이기를 바랐었습니다. 고개 끄덕이며 조랑말처럼 걷고자 했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습니다. 항상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고 때론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허물 뿐인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니 모두가 선물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때마침 첫눈이 내립니다. 하얗게 세상을 덮는 저 눈송이들처럼 문득 누군가에게로 가서 따뜻한 눈물이 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바라볼수록 죄스럽기만 한 지난날에 대하여 더 감사하지 못하고 더 미안해하지 못하고 더 사랑하지 못했던 잘못이 다만 커서 그저 손 모아 기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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