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5-12 11:06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박 철 한
“돈을 잃으면 적게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뭇사람들이 돈과 명예를 위해 부단히 애쓰면서도 정작 그보다 더 소중한 건강에는 소홀하기 일쑤여서 나온 격언이리라.
세상 사람들이 일찍부터 건강을 아끼지 않고 좇는 것이 돈과 명예라는데, 돈이야 경제적인 가치가 있으니 그렇더라도 명예란 과연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어엿한 이름이나 자랑, 높은 인격에 대한 자각과 도덕적 존엄 등이 남에게 승인되고 존경되고 상찬되는 일”인데 언뜻 생각해도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따라서 예를 들자면 인류 복지에 공헌하여 노벨상을 받거나, 정치에 입문하고 선거에 당선되어 선정(善政)을 베풀거나, 세계적인 운동선수로 이름을 날리는 것에서부터, 직장에서 승진하여 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도 명예일 것이다. 또한 교사나 대학교수처럼 후학을 양성하거나,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부모도 명예일 것이요, 평생 땀 흘리며 모은 재산을 학교·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예이리라. 따라서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라는 우리 속담에도 담긴 명예의 소중함이야 돈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강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일 것이나 그건 별개 문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키니코스학파의 창시자로써 반문화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실천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36년, 20살에 마케도니아의 왕위에 올라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두 인물은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오늘날까지 디오게네스의 명예가 결코 알렉산더대왕만 못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디오게네스의 확고한 철학과 차돌을 바수고도 남을만한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다음 일화는 명예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알렉산더 대왕 앞에 많은 정치가, 학자, 예술가들이 머리를 숙였으나 집과 사유재산을 버리고 작은 물통 속에 들어가 생활하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만 문안인사를 오지 않았다.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가서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하자 디오게네스는‘다른 소원은 없으나 대왕이 앞에 서 계시니 햇볕이 가립니다. 나에게는 저 햇볕이 가장 소중하니 부디 비켜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왕은 ‘내가 왕이 아니었으면 디오게네스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라는 일화다.
오늘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여 모든 것을 돈으로 보상하는 시대인지라 명예를 얻을수록 자연히 더 많은 돈이 따르게 마련이다. 더불어 “부(富)와 명예를 다 얻었다.”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니 혹자들은, 명예를 얻은 사람에게 부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근본적으로 돈과 명예의 관계가 여름날과 소나기만치 돈독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겨울날과 소나기만큼이나 멀 수밖에 없다. 그 까닭은 당초부터 부를 우선하여 좇았다면 결코 명예로울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좇는 오늘날의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창업하여 돈을 많이 벌고 기업을 키운 CEO들의 명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어떤 회사를 창업하여 어쩌다 돈을 많이 벌었더라도 CEO의 능력과 사원들을 위하는 노력이 없었더라면 결코 그 기업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니 당연히 그 명예도 함께 부여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4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애썼는데 오롯이 공무원의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자부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승진을 위해서였다는 점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다만 승진을 위해 애썼더라도 그것은 명예욕이었을 뿐, 결코 보수(報酬) 때문이 아니었다고 장담할 수는 있다. 더구나 이제는 퇴직을 하였으니 부(富)나 명예를 좆을 나이가 아닌듯하여 그보다 더 소중한 건강이나 챙겨야겠다.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한 때가 정년을 십여 년 앞둔 지천명 무렵이다. 매일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 영산강변 공원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7,000걸음 코스다. 퇴직이전이었던지라 출근 때문에 저녁시간을 이용했던 것인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퇴직이후에는 거기에 더해 아침을 먹고 또 다른 코스로 5,000걸음을 걷는다. 그렇게 날마다 12,000걸음씩 걸으니 건강이 한층 더 좋아졌다.
식생활도 신경을 쓰는데 필자가 틈틈이 수집해 둔 건강정보의 ‘음식과 건강’편에는 육식 보다 채식, 가공식품 보다 자연식품, 당분·나트륨 줄이기, 술 끊기, 일정한 식사시간 지키기, 소식 등이 건강에 좋다고 되어있다. 다행히 채식과 자연식품을 좋아하는 식성에다 당분을 멀리하고 술도 웬만해선 마시지 않는다.
누구나 일생에는 부(富), 명예, 건강이 담긴 세 개의 그릇들이 있을 것이며 사람에 따라 내용물의 양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부와 명예 그릇에서는 지금껏 얻은 것이 별로 없었는데도 거기에 담긴 내용물이 벌써 바닥난 모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는 그것들을 얻을 가망이 없기 때문인데 애당초부터 그 양이 많지 않았나 보다. 건강 그릇 내용물도 태어날 때는 가들막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달랑달랑할 것이기에 함부로 쓰면 금방 바닥날 게 뻔하다. 건강을 소중히 여기며 아끼는 것이 남은 인생의 최우선 목표인 까닭도 그 때문이다.
흔히 젊어서는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소홀하다가 나이 들어 병이 나서야 부랴부랴 챙기곤 한다. 그런데 만약 젊은 날에 돈과 명예만을 좇다가 건강을 잃고 죽음을 앞둔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청춘으로 갔다면 어떨까? 아마 이후부터는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건강부터 챙길 것이니 답이 거기에 있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