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네잎클로버와 행운

작성일 : 2025-07-14 09:52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박 철 한

 

흔히 네잎클로버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19세기 초엽에 프랑스 황제에 올랐다가 러시아 원정 실패와 함께 몰락한 나폴레옹과 관련된 그 유래는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때 당시 포병 장교로 전쟁에 나갔던 나폴레옹이 어느 날 클로버가 널린 곳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네잎클로버를 발견했다. 신기하게 여긴 나폴레옹이 네잎클로버를 자세히 보려고 몸을 숙였을 때 적병이 쏜 총알이 나폴레옹 머리 위로 지나갔다. 그러니 나폴레옹은 네잎클로버 때문에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며 이후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화살이라면 모를까 총알이 눈에 보일 리가 없어 머리 위로 지나갔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를 생각할 때 고개가 갸웃해지는 유래이긴 해도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럴듯하다. 네잎클로버는 19세기 미국에서 시작되어 세계 각국으로 전파된 4-H운동의 상징마크이기도 하다. 4-H는 영어 Head(머리), Heart(마음), Hand(), Health(건강)의 머리글자로써 명석한 머리, 충성스런 마음, 부지런한 손, 건강한 몸을 뜻한다.

필자가 1981년 공직에 입사하여 신입직원 시절, 당시 수원에 자리했던 축산시험장에서 6개월 동안 연수를 했었다. 연수생은 전국각지의 신입직원 40여 명이었는데 연수내용은 주로 소(·육우, 젖소), 돼지(양돈), (양계) 등의 사육과 관련한 이론교육과 실습이었다. 특히 실습은 10명씩 4개조로 나뉘어 로테이션으로 이어졌으며 교육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소 사육 실습이었다. 그 까닭은, 돼지나 닭은 악취가 풍기는 양돈장이나 양계장에서 실습을 해야 했지만 소는 초식동물인지라 주로 아득히 넓은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의 초지에서 실습을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가축에게 먹이는 오차드그라스, 톨페스큐, 알팔파, 클로버 등의 목초(牧草)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교육생들이 목초지에서 실습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자주했던 놀이가 네잎클로버 먼저 찾기였다. 그러나 네잎클로버는 너무 흔하여 재미가 없었으니 때때로 다섯 잎 클로버를 찾는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흔했으며 여섯 잎 클로버를 찾은 적도 있었다.

토끼가 좋아하는 풀이라 하여 우리에게 토끼풀로도 불리는 클로버는 목초 중에서도 키가 작은 하번초(下繁草)에 속한다. 따라서 언뜻, 키가 큰 목초들과 섞여 자란다면 햇빛을 받기 힘들어 생육에 불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시로 풀을 베거나 소가 뜯어 먹는 목초지에서는 그게 아니다. 키가 큰 풀들은 생장점이 높으니 자주 벨수록 생장점이 잘려나가 생육이 더디고 세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땅을 포복하며 자라는 클로버는 생장점이 낮아 상대적으로 덜 잘려 나가므로 갈수록 다른 풀들보다 세력이 강해진다. 그래서 클로버와 다른 목초들이 섞여 자라는 목초지일 경우, 당초에는 종류별로 면적 분포 비율이 고르다가도 해가 갈수록 클로버 면적 비율이 높아지며 결국 우점종(優占種)이 되고 만다. 그러니 목초지에서 만큼은 키가 작다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풀이 클로버다.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차도의 갓길을 따라 2,500보를 갔다가 되돌아오니 총 5,000보로써 거리로는 왕복 4킬로미터 정도다. 갓길 옆에는 수십 종의 나무들과 잔디, 클로버, 쑥 등이 섞여 자라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곳을 지나면서 문득 보니 행여 키 큰 풀들이 비집고 들어설세라 빽빽하게 자리를 좁힌 클로버 군집에서 용케도 네잎클로버가 눈에 띠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그 줄기를 손으로 뜯었으련만 그 날은 어쩐지 그대로 두고 싶어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백여 걸음을 옮겨 횡단보도에 이르렀을 때, 건너편 신호등 숫자가 10이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건너려는 순간, 바로 옆에서 귓전을 울리는 건널까?”, “안 돼, 7초 남았잖아.”라는 열 살 남짓 꼬마들의 대화가 양심에 채찍을 가하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횡단보도는 왕복 10차선으로 폭이 40미터가 더되는지라 그대로 건넜더라면 혹시 도중에 신호가 바뀌며 사고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었으니 그것도 행운이 아니었으랴. 그래서 다음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며 백여 걸음 뒤쪽을 바라본 까닭은, 거기에서 봤던 네잎클로버가 그 행운을 가져다 준 것으로 믿고 싶어서였다.

그날 이후 거기를 지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부지런히 눈망울을 굴리며 그 네잎클로버를 찾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에는 방석넓이의 소보록한 클로버 군집에서 그 네잎클로버를 다시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아 한참이 걸리기도 했으나 날이 갈수록 쉬워졌다. 아울러 그 네잎클로버를 날마다 보면 행운도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없지 않기에, 겨울이 되어 고사할 때까지 그 네잎클로버가 잘려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눈에 넣었으니 인생의 건강 행운이 한 층계 더 쌓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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