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담배예절

작성일 : 2025-09-08 09:25 수정일 : 2025-09-08 09:27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박 철 한

 

일찍이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어졌던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예절 문화가 담배예절이다. , 우리민족 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아니 된다.’라는 문화는 없다고 한다. 또한 막연히 아주 오래 된 옛날을 말할 때, 흔히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 표현하지만 그 말도 담배예절과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는 1618년 광해군 때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담배를 담바고또는 남령초(남쪽 나라에서 들어온 신령스러운 불이란 뜻)’라 했다는데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담배를 약초로 여기며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소화가 되지 않을 때, 한 겨울에 찬 기운을 막는데 담배를 피우면 좋다라고 기록되었단다. 그래서 담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신분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과 4~5세 꼬마에 이르기까지 피울 수 있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차츰 담배를 피우는 데도 위아래를 정하여 18세기 말에 유득공이 쓴경도잡지에는천한 자는 높은 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엄하게 다스리고 지체 높은 관리가 지나갈 때 담배를 피우면 잡아다 벌을 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18세기의 양반들은 담뱃대 길이를 자신의 권위로 여기며 길게 했고 담배관련 도구를 한껏 치장하여 멋을 부렸지만 서민들은 양반들의 눈에 띠지 않게 숨어서 담배를 피워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서민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17세기를 그리워하며 모든 사람과 심지어 짐승도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시절이라는 뜻으로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 표현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거의 없다. 예전에는 사무실에도 재떨이가 있었을 정도로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주위 사람들의 건강을 해친다하여 사무실에서는 피우지 못하고 주로 화장실 등에서만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서도 피우면 아니 된다는 문화가 차츰차츰 확산되어 피우지 못하게 되자 일부 공공기관에서 흡연실을 별도로 두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그마저도 없어져 지금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실내공간이 거의 없고 겨우 밖에서나 피울 수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평소 생활하면서 고등학생 이하의 청소년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볼 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따끔하게 주의를 주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혹자들에게 그러다가 도리어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간섭하지 말고 그냥 두십시오.”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오래 전의 일이지만 담배 피우는 관경을 보고 주의를 줘도 반성하지 않고 뒤넘스럽게 반항하는 고등학생의 따귀를 때려본 기억도 있다. 또한 예전에는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었는지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으나 교복이 없는 지금은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을 보면서도 그들이 고등학생인지 아닌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녁 운동을 하면서 청소년으로 보이는 두 젊은이가 담배 피우는 광경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너희들 고등학생 아니냐?”라는 물음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들이허허! 스물다섯 살입니다.”라고 응수하여 즉각 정중하게 사과를 한 적도 있다. 당시 그 일을 겪고 나서, “앞으로 담배 피우는 청소년을 보더라도 다시는 간섭하지 않으리라라고 속다짐했었는데 그 다짐을 지키기가 어디 쉬운 일이랴.

퇴직을 하고 나서의 일이다. 대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어느 은행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그 앞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둘이서 이야기하며 그 중 한 명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교복이 없는 시절이니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틀림없는 고등학생으로 보여 야 이 사람들아, 고등학생들이 길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떡하나?”라고 주의를 줬다. 그랬더니 우리 고등학생 아닌데요.”라고 이죽거리며 여전히 담배를 피웠다. 그래서 홧김에 그 청소년의 멱살을 잡으며네가 고등학생이 아니라고? 어디 주민등록증 좀 보자라고 윽박지르니 그때서야 피우던 담배를 길바닥에 던졌다.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으나 반바지를 입은 다리에 문신을 하고 곁에서 지켜보던 청소년까지 두 명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휴대전화가 울리며‘~ 0112’번호가 표시된다. 전화를 받으니 자신은 경찰이라면서 필자가 운전하는 차량번호를 대며 운전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 경찰관은 폭행 신고가 접수되어 연락드립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 것이니 그때 경찰서로 나오십시오.”하는 것이다. 순간, 우두망찰한 심정을 억누르고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학생들이 필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112로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결코 폭행을 하지 않았으며 다만 고등학생이 담배를 피우기에 주의를 줬을 뿐입니다. ○○은행 옆이었으니 CCTV를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멱살을 잡으며 윽박지르는 것도 폭행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었겠으나 다행히 며칠 후에 경찰서로부터, 사건이 무마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고도 주의를 주는 부모 연갑의 연장자를 오히려 신고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이었다.

사실 기호품인 담배를 어른 앞에서 피울 수 없다는 우리의 예절 문화에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다른 기호품은 다 괜찮은데 하필 담배만 어른 앞에서 피울 수 없다는 논리가 이치에 맞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담배예절을 내세우며 강제로 피우지 못하게 하기보다는 건강상 좋지 않다는 이유를 먼저 내세우며 계도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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