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ㆍ시

해파리 초무침

작성일 : 2025-10-20 09:12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김   미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내 손에 물 적시지 않고 받아먹는 음식이라 했던가. 나에게 있어 그런 음식은 따로 식비를 지급지 않고, 집을 떠나지 않으면서 마을 회관에서 먹는 점심이다. 일주일에는 3번은 그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다. 음식을 대접하는 어르신으로서는 각 가정에서 주부들이 하는 고민을 대신 짊어진다. ‘오늘은 무엇을 대접해야 하지라며 고민하고 시장을 보고 식재료를 다듬어 밥상을 준비한다. 마을 주민이면 식사 시간에 맞게 마을 회관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집에서 나서면서 오늘은 무슨 메뉴일지 상상하며 마을 회관으로 건너가는 발걸음은 즐겁다. 10회만 제공되기 때문에 마지막 주는 제외된다. 점심이 제공되지 않는 주는 길게만 느껴진다. 이제야 주부로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매달 첫째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월요일 날 아침을 준비하면서 이제는 살림하지 않을 사람처럼 주방을 깨끗하게 정리해 버린다. 저녁은 또다시 고민하면 되니까. 얼굴을 마주하고 식사를 자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운 한식구 되는 일이다. 특히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은 그 순간 마음이 가닿는 일이다. 식사 시간에 오던 사람이 오지 않으면 가족처럼 살피게 된다. 근황을 끼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오늘 메뉴는 해파리 초무침이 나왔다. 아무리 일자리로 한다고 해서 그저 먹는 것은 아니다. 미리 가서 주방 일을 거든다. 여럿이 어울려 점심을 준비하는 일은 즐겁다. 꼭 잔치를 치르는 것처럼 함께 어울려 작은 일로도 웃음이 터지고, 정이 뚝뚝 묻어나는 자리다, 많은 음식 간을 보며 입안에 넣어주는 살뜰함까지 받는다. 해파리 초무침은 다른 반찬에 비해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양념으로는 사과, , 양파, 대파, 고추, 깻잎, 오이, 마늘, 식초가 들어갔다. 해파리는 약간 주름이 져 있는 부분이 많을수록 오도록 씹히는 맛이 있다고 했다. 그걸 칼끝으로 다듬는 과정은 때가 묻은 옷을 주무르는 것처럼 잔손이 들어간다. 세상만사가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맛을 내던가. 양념이 많이 들어갈수록 손길이 더할수록 맛은 더 있는 법이니까. 해파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그 과정을 거치면 해파리 양이 확 줄었다. 큰 양푼에 얇게 채 썬 양념들을 넣고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조절했다. 소금간은 하지 않았다. 해파리 자체에 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처럼 자체가 지닌 맛은, 가미한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순결한 맛이다. 시큼 달큼 오도록 씹는 맛까지 더해 온몸에 환희를 주는 맛이다. 그 맛있는 걸 왜 이제야 먹게 되었는지 억울할 만큼이다. 혼자해서 먹으려면 일손도 많이 들어가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장만해서도 혼자 먹는 맛은 별로다. 함께 어울려 먹는 맛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해파리를 먹어보기 이전에는 장터 수산물 상가 난전의 채반 위에, 이것이 올라와 있으면 궁금했다. 도대체 저것은 무엇인데 장날마다 나와 흐물흐물 거리고 있는 것인가. 바다에 부유물이 아닌가. 생김새도 저렇게 맛이 없게 생겼을꼬. 하며 모양만으로도 못마땅한 듯 피했다. 당최 식욕이 당기는 모양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르면서 지레 판단했다. 맛을 보고 평가를 해야 할 일이건만,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던 내가 어리석은 것이다.

사람 역시도 겪어보기도 전에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보고 판단하며 착오를 남긴다. 한 마을에서 40년을 살다보니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오해했던 적도 많았다. 마을에 건강이 좋지 않아 귀향해 온 젊은 사람이 있다. 그는 건강 때문인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항상 닫혀 있는 대문을 보고 그저 우리처럼 밥 먹고 먹기 싫으면 버리는 줄 알았다. 마을 회관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젊은 사람이 어른들에게 인사를 와야 맞지, 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날 마을 안에 위급 차량이 들이닥쳤다. 그 젊은이는 자신의 주머니에는 몇천 원밖에 없으니 더 이상 살 자신이 없다며 세상을 등질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아찔한 순간에 마을 사람이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유를 물으니, 자신의 실정을 말했다.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도저히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울먹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힘을 합해 기관에 긴급 구호 요청으로 생계비 지원을 받게 되었다. 마을에서는 식사 때마다 음식을 나누고 있다. 젊은이가 열어놓은 대문으로 들어가 보니 주방에는 밥해 먹을 조리 기구가 하나도 없다. 사람 사는 집이니 다 똑같이 갖춰져 있으리라 여겼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고맙다며 거금을 내놓았다. 거금이라니 큰 금액은 아니다. 다만 그 젊은 사람이 지닌 경제력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은 마을에서 주는 식사와 정부로부터 받게 된 생계지원금도 모두가 마을 사람들 덕이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그의 마음이 숭고해 보였다. 우린 나에게 있는 것보다 남의 것을 보며 내 것이 작다고 여기고 있다. 더 많은 사람도 나누지 않는데 하며 눈치만 살피며 산다. 부끄러웠다. 그는 말없이 나눔을 전했다. 우리는 상대해 보지 않고 먹어보지 않고 오판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적이 많았다. 이는 사람이나 사물의 진정한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종종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확한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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