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2-09 09:17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박 철 한
날마다 아침을 먹고 걷기운동을 하며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된다. 그때쯤이면 동녘 하늘에서 내리쏘는 햇빛에 침몰해가는 길을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언제나 학교 정문 앞과 좌우로 상당히 길게 승용차들도 북적인다. 학생들을 태우고 온 차량들로써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함께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다. 그 학교의 학군으로 미루어 볼 때 정문에서 학생들의 집까지는 멀어봐야 1킬로미터 남짓인데다 학생들이 다니기에 위험한 지역도 아니다. 또한 특수학교나 고등학교도 아니니 멀리 다른 학군에서 거기까지 올 까닭도 없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시내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다녀야 할 먼 거리가 아니며 학생들이 스스로 걸어서 등교해도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그토록 과잉보호한다면 과연 그 학생이 제대로 자라서 자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립심이 문제가 아니며 어릴 때부터 운동이 부족하면 신체 발달에 여러 가지로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만약 운동의 효과를 안다면 소중한 자식을 승용차에 태워 등하교 시키지는 않으리라. 또한 불과 1킬로미터 남짓 거리의 학교까지 매일 태워다 주는 걸 보면 별도로 운동을 시킬 리도 없다. 따라서 매일 왕복 2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다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니 스스로 등하교할 수 있도록 하면 오죽 좋으랴.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세계 146개국 청소년의 신체 활동량을 통계 분석한 결과,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 비율이 94.2%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한국 사람의 비타민D 수치가 세계 최하수준이란다. 또한 OECD국가 중 우울증환자가 가장 많고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현실에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운동·야외활동이 부족하면 햇볕을 쬐어야만 생성되는 비타민D 수치가 낮을 것이며, 그 옰(주1)으로 우울증이 많아 더불어 자살도 많을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WHO가 제시한 아동·청소년의 권장운동시간이 하루 최소 1시간이란다. 즉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발달 등 생애 전반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매일 평균 60분 이상 하라는 것이다. 운동은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기존의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인지기능과 학습능력에 유익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운동이 신경세포를 생성시키고 기억력을 개선시키므로 젊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면 인지기능이 좋아지고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슬하에 딸만 둘이다. 지금은 다 성인이 되었는데 그 애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늘 강조한 말이 있다. 그것은 “아빠가 너희들에게 학비와 용돈을 주는 건 대학교 때까지이며 학사모를 쓴 이후부터는 절대 자립해야 될 것이니 그리 알아라.”라는 내용의 충고였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똑같은 내용의 충고를 수십 번 쯤 했으리라. 그래서 나중에는 “아빠, 잘 알았으니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세요.”라며 투덜대기 일쑤였다. 애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여러 번 반복한 까닭은 그만큼 중요하니 머리에 새기라는 뜻이었다.
지금 부천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로 있는 둘째가 대학교(간호학과) 4학년 때였다. 어느 날 “아빠! 이번 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부천 ○○병원 간호사시험에 응시해야 되는데 새벽에 부천까지 태워다 주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번에 “야 이 녀석아! 대학생이 되어가지고 하루 전날 올라가 여관에서 자면 되지 뭘 아침에 태워다 줘, 아빠 그럴 시간 없다.”라고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그랬더니 본인도 예상한 듯,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면서도 서운했던지 입술을 한 자나 빼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생각해 보면 광주광역시에서 부천까지는 차로 3시간 이상 거리인데다,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여자의 몸으로 하루 전날 올라가 여관에서 잔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자식에게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마음이 아팠어도 할 수 없었다. 아울러 지금까지도 자식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하기에 그 때의 처신을 후회하지 않는다. 또한 둘째도 그 뜻을 잘 아는 모양이어서 다행이다. 그 까닭은, 필기시험 합격 후 면접에서 “누구를 인생의 멘토(Mentor)로 여깁니까?”라는 질문을 받고는 서슴없이 “우리 아빠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및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조건 3가지가 운동, 인체에 비타민D를 생성시키는 일조량, 야외활동이란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 OECD국가 중 가장 많은 우울증환자,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등의 현실에는 부모들의 헛된 욕심과 과잉보호도 한 몫을 하고 있으리라. 즉 자녀들의 정신·육체건강은 무시한 채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떠민다면 언제 밖에 나가 운동을 하며 우울증을 없애는 비타민D를 생성시킬 수 있으랴. 또한 불과 1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차로 태워 등하교시키는 등의 과잉보호는 운동부족뿐만 아니라 자립심을 빼앗아 조금의 괴로움도 극복하지 못하는 심약한 마음을 심어줄 뿐이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격언은, 그래야만 중년이후에 행복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젊은 자식에게는 일부러 고생을 시켜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으랴. 아울러 아무리 귀한 자식이라도 부모가 결코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 따라서 결국은 자식 스스로 삶을 영위해야 하니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교육은 없으리라. 문제는 자식을 과잉보호하면 자립심이 저 멀리 달아난다는데 있다.
(주1)옰 : 일을 잘못한 것에 대한 보충이나 갚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