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4-13 09:00
작성자 : 편집부 (ednews2000@hanmail.net)

박 철 한
보통 꿈이라고 하면 잠을 잘 때의 체험이 잠을 깬 뒤에도 회상되는 것을 말한단다. 그런데 꿈의 특징은 현실계와 관련을 가지기는 해도 현실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표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꿈과 같은 비현실적인 환상을 몽환(夢幻)이라 했고, 고사에서 유래된 한자 숙어 일장춘몽(一場春夢)은 ‘덧없는 한때의 부귀영화’를, 백일몽(白日夢)은 ’실현성 없는 공상‘을 일컬었다. 그밖에 꿈과 관련된 여러 속담에서 찾아지는 그 의미는 비현실적이고 일시적이며 허무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꿈을 미래에 전개될 어떤 사건의 전조라고 믿고, 그 꿈을 해석(해몽)하여 미래의 일을 알아내고 길흉을 점치(몽점)는 방법을 만들어냈단다. 물론 해몽 방법은 여러 가지로 이론화되었으나 수많은 사람이 꾸는 각양각색의 꿈들을 일률적으로 풀이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분석심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란다. 하지만 빈총일 지라도 맞지 않은 것만 못하지 않으랴. 곧 아무리 꿈의 의미가 비현실적이고 허무하다 할지라도 그 꿈을 해석할 때 길몽이라면 기꺼울 것이나, 악몽이라면 께끄름하리라.
이순이 넘도록 수많은 꿈을 꿨지만 대부분 잠을 깨자마자 잊었고 기억에 남는 길몽(吉夢)이라곤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아마도 그것은 아무런 현실성도 바랄 수 없는 헛된 내용의 꿈을 이르는 ‘개꿈’이나 흉몽 등은 애써 무시하면서도, 길몽으로 여겨지는 꿈들만큼은 오래도록 기억하며 그 기운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식 때문이 아니랴.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이었던 약관 무렵의 용꿈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숲속의 널따란 호수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커다란 용을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꿈이었다. 그런데 꿈을 꿀 때마다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는 마음속의 생각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한 까닭은 왜일까? 그 꿈에서도 호수의 용을 보며 “용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라는데 어찌 저기에 용이 있을까? 이건 현실이 아니라 틀림없이 꿈일 거야.”라는 생각까지 하고나서 잠을 깼다. 따라서 그 꿈이 필자에게 특별한 까닭은 지금까지의 수많은 꿈 중에서 유일하게,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꿈임을 깨달은 경우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대 이상의 행운이 닥쳤을 때 흔히 ‘용꿈을 꾸었다’라고 할 만큼 꿈 중에서도 가장 좋은 꿈을 용꿈이라 일컬으니 여태껏 기억 속에서 맴돌고 있으리라.
길몽 중에는 용꿈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특히 동물로는 용, 돼지, 학, 호랑이, 제비 등과 관련된 꿈이 길몽이라지만 그중에서도 돼지꿈을 용꿈 못지않은 길몽으로 여겼다. 그런데 용꿈의 기억을 간직하고부터 40여 년이 지난 2025년 입춘의 밤에 난생 처음 돼지꿈을 꿨다.
그 꿈이란 게, 누군지 알 수 없는 양쪽 두 사람까지 셋이서 나란히 울창한 숲길을 걷는데,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수풀 사이로 머리를 내밀며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에 머릿속에는 “멧돼지야, 내가 너를 꼭 잡고야 말겠으니 제발 도망치지 말거라”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윽고 망설임 없이 멧돼지를 향해 돌진하여 용케 뒷다리를 잡고 바위에 서너 번이나 패대기치고는, 멧돼지가 축 늘어지자 의기양양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멧돼지는 사냥꾼들 사이에서 “호랑이한테는 죽지 않아도 선불 맞은 멧돼지한테는 죽는다.”라는 속담이 오르내릴 만큼 위험한 짐승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앞뒤를 따져 보지 않고 마구 덤비는 것’을 이르는 ‘저돌적’이란 말에서의 ‘저(猪)’는 돼지를 뜻한다. 그러니 여느 때였으면 꿈속에서 그토록 험악한 짐승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 기겁하며 잠에서 깨어났으리라. 하지만 그날은 어찌된 영문인지 놀라 깨어나기는커녕 현실이었다면 들어올리기 힘들었을 멧돼지를 바위에 패대기쳐 잡았으니 스스로 감탄할만한 꿈이었다.
돼지를 잡는 꿈은 ‘재물이 생기고 바라는 바가 이뤄지는 대 길몽’이란다. 어디 그 뿐이랴. 식물 관련 꿈 중에서도 울창한 숲속에서 보내는 꿈은 ‘병이 없어진다.’라는 해몽이고 보면 그야말로 잠을 자면서 대박을 터트렸다고 해야 하리라.
밤새 숲속을 거닐며 멧돼지까지 패대기쳐 잡고 나서 눈을 뜨니 갓밝이(주1)였다. 그런데 누구라도 그와 같은 꿈을 꿨다면 우선 ‘재물 운이 깃든 길몽’임을 떠올렸으리라. 결국 아침을 먹자마자 보금자리 인근 복권판매점을 찾아 여태껏 관심조차 없었던 ‘로또’복권 15매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 복권 1매의 확률이 814만 5,060분의 1로써 15매를 합친다 해도 54만 3,00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첨될 가망이 희박한 복권에 돼지꿈의 기운을 소진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거늘 아무래도 괜히 복권을 구입했나 보다.
만약 돼지꿈이 그 해몽처럼 바라는 바가 이뤄지는 기운을 지녔다면 복권 당첨 등 재물보다도 건강을 우선하여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더구나 꿈속에서 울창한 숲속을 거닐었는데 그것 또한 ‘병이 없어진다.’라는 해몽이라니 더욱 그렇다.
“돼지꿈이여! 복권에 헛심 쓰지 말고 그 기운을 아껴 건강먼저 지켜주소서.”
(주1)갓밝이 : 날이 막 밝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