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소풍 가는 날
김 미봄이 오면 마을 풍경도 달라진다. 집들 사이로 드러난 텃밭에서 자라는 마늘과 양파가 실해진다. 가늘게 커가던 마늘대가 제법 단단한 기둥을 세운다. 제대로 된 마늘쪽을 거느리겠다는 의지 같다. ...
제삿날의 고찰(考察)
박 철 한오늘날에는 날짜 상의 하루가 당연히 0시부터 다음날 0시까지다. 그러나 십이시(자시~해시)를 썼던 예전의 하루는, 자시(23시~01시)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해시(21시~23시)가 끝나는 시...
보물단지
김 미2주 전 돌 갓 넘긴 둘째 손주를 잠깐 봐 달라고 며느리로부터 부탁받았다. 잊음이 많은 관계로 탁상 달력에 동그라미와 이유를 적었다. 그 말에 포대기는 꼭 가져와라 당부했다. 그 일이라면 어려...
돼지꿈
박 철 한보통 꿈이라고 하면 잠을 잘 때의 체험이 잠을 깬 뒤에도 회상되는 것을 말한단다. 그런데 꿈의 특징은 현실계와 관련을 가지기는 해도 현실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썩은 귤
김 미단맛이 강한 귤을 선물 받았다. 어찌나 맛이 좋든지 이 집 몇 알 저 집 몇 알을 주고 유독 귤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박스째 서늘한 곳에 두었다. 남편은 귤 먹을 시간이 없다며 먹지 않았던 ...
사라진 엄동설한(嚴冬雪寒)
박 철 한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순전히 식물의 광합성 덕택으로 살아간다. 식물의 이파리에서 이뤄지는 광합성으로 동물들의 먹을 것(탄수화물)과 숨 쉴 것(산소)까지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
김장날
김 미나이가 쌓여갈수록 몸 안의 잔병과 꾀만 늘어가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몸을 덜 움직이고 살까 하는 궁리만 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식구 수가 주니 주방에서 조물조물하는 일마저 요리조리 피하게 ...
자립심 내쫓는 과잉보호
박 철 한날마다 아침을 먹고 걷기운동을 하며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된다. 그때쯤이면 동녘 하늘에서 내리쏘는 햇빛에 침몰해가는 길을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언제나 학교 정문 앞과 좌우...
장날
김 미꼭 장날이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이 있어 장날을 기다렸다. 대목장을 넘긴 뒷장이고 보니 장날을 착각했나 싶게 한가하다. 닫혀 있는 문이 대부분이고 장터에는 몇 군데만 짐을 펼치고 있다. 파장처럼...
마음을 다스리자
박 철 한빛의 속도는 1초당 2억 9,979만 2,458미터로서 지구 일곱 바퀴 반 정도의 거리다. 또한 그토록 빠른 빛이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가는 거리가 1광년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태양계...
불효
김 미긴 연휴로 오랜만에 오솔길로 산책을 나선다. 한때는 수시로 다녔던 길이건만, 어느 순간부터 잊힌 곳이 되었다. 산 풍경은 여전하건만, 나라는 존재만 빠져 있을 뿐이었다. 가을볕과 익숙했던 숲길...
한 자녀 시대
박 철 한예로부터 유교문화가 뿌리 깊었던 우리민족에게는 아들 중에서도 장남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의식이 불문율로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3남 4녀 중 장남으로써 딸만 둘인 필자가 둘째 아이를 낳은...
해파리 초무침
김 미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내 손에 물 적시지 않고 받아먹는 음식이라 했던가. 나에게 있어 그런 음식은 따로 식비를 지급지 않고, 집을 떠나지 않으면서 마을 회관에서 먹는 점심이다. 일주일에...
빌딩숲이 나무숲으로 뒤바뀌었으면
박 철 한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인간의 노화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되돌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고압산소요법으로 인간의 텔로미어를 연장하고 노화세포를 줄였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인체 세포 염색체의...
빈손
김 미살림에 도움이 되는 것일수록 양손에 가득 쥐어 주면 두 팔에 힘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올 만큼 힘을 다해 든다. 집으로 들어설 때까지 무거워도 무거움을 미처 느낄 사이도 없이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
담배예절
박 철 한일찍이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어졌던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예절 문화가 담배예절이다. 곧, 우리민족 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아니 된다.’라는 ...
다시 쓰는 온금동
김 미그 골목이 아이들을 키은 것 엄마 품처럼 따뜻한 햇살이었다.아이들이 엄마 없어도 하루종이 노는 법을 익혔나 보다한 할머니를 지난고단했던 삶이 읽히는 굽은 허리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굽은 허리...
네잎클로버와 행운
박 철 한흔히 네잎클로버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19세기 초엽에 프랑스 황제에 올랐다가 러시아 원정 실패와 함께 몰락한 나폴레옹과 관련된 그 유래는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때 당...
이식
김 미봄이 무르익으면 묵은 잡풀들로 뒤덮인 텃밭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 힘을 잃어버린 풀들을 걷어내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고 싶다. 푸른 기운을 품은 모종들로 줄을 세워 심을 일을 미...
5월의 신록
박 철 한신록(新綠)의 계절 5월이 열렸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바다엔 물고기가 득시글거리듯이 계절상으로는 5월이 그렇다. 즉 더위가 싫은 식물들이나 추위가 싫은 식물들 모두 좋아하는 계절이니 ...